반려동물 생로병사

강아지 치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로병사

황비 2017. 12. 21. 06:36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강아지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인 사람이 잘 관찰하고 이상 행동이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난 자라면서 병원에 간 기억이 없다..내가 건강해서이기도 했지만 그 때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았고 집안이 가난한지라 왠만한 질병은 집에서 자가 치료 했다..가장 큰 질병으로 기억나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빈혈로 계단에서 굴러 눈 옆 피부가 시멘트바닥에 쓸렸을 때..성장통으로 왼쪽 골반 아래 다리와 접하는 쪽이 거의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팠을 때..철봉 잡고 돌다 한 바퀴 돌아 모래바닥에 코 박으며 코피 났을 때..티눈 생겼을 때도 병원에 안 가고 나았다...그래서인지 커서도 병원에 잘 안 간다...병원에 있는 것도 너무 싫어한다...병원이라는 곳이 병자들의 집합소인데 아무리 청결 관리를 잘 한다 해도 질병의 근원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강아지들 질병에 대해 잘 모를 때 이상이 있으면 무조건 병원에 데리고 갔다..빨간 약만 바르면 나을 수 있는 간단한 치료에도 연고만 바르면 되는 간단한 상처에도...병원을 들락거렸었다...그러나 많은 강아지들을 키우고 질병을 접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치료방법을 터득하기도 했고 처음 키울 때처럼 호들갑을 떨며 병원으로 직행하지 않게 되었다..특히 나는 강아지들을 병원에 가능한 입원시키지 않는다.. 수술하고 마취가 깨어나면 그 날 바로 집으로 데리고 와 내가 치료하고 관리한다...강아지들은 보호자와 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게다가 사람과 달라 수술하고도 바로 활동 가능한 것이 강아지다...그리고 병원의 낯설고 좁은 케이지 안에서 관리 받느니 주인이 있는 집에서 주인이 관리 해 주는 것이 심신의 안정과 회복에도 더 좋다고 생각한다...의사로부터 주의 사항만 잘 듣고 지키면 된다.. 목덜미에 놓는 항생제 주사도 놓기가 쉬우니 의사로부터 약을 받아와 본인이 직접 놓으면 될 것이다...유선 종양, 자궁근종, 중성화 수술,체리아이 수술, 안구적출 수술 등을 받고 난 후 우리 집 강아지들은 다 집에서 치료하였고 회복도 잘 되었다..안구적출 수술 받은 칠리는 내가 볼일 보느라 병원 문 닫기 전에 데려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하룻밤 재우고 그 다음 날 병원 문 여는 시간 맞추어 데리고 왔음에도 심하진 않았지만 감기인지 폐렴인지에 걸려 고생하였다..지금도 잔 기침을 조금씩 한다..심하진 않아 내버려 두고 있고 조금 기침이 심하다 싶으면 칡즙에 꿀 타서 먹인다..그러면 좀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나이가 든 아이들이나 소심한 아이들은 변화된 환경에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아주 심한 듯 하다...그 스트레스가 잠재된 질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그리고 모든 생명은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외부 치료는 자생력을 보완하는 것이지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넓은 마당이 있는 곳에서 난 강아지들이 실내와 실외를 자유롭게 들락거리게 놓아 둔다...목욕도 자주 시키지 않고.. 나도 아메리카 스타일...서양은 실내에서도 신발 신고 다니지 않던가...그건 너무 비위생적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펜스 안의 마당과 실내에선 경계를 두지 않고 있다..물론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는데 올해 고양이가 넘어와서인지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그리 심하지 않아 잘 치료되고 있다..

 키우던 강아지 다섯 마리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나이 들어 찾아오는 질병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나이들어 찾아오는 질병으로 아이가 죽을 수 밖에 없다면 그냥 고통을 덜어주고 스트레스 안 받고 평안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보호자의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치료를 안하면 3일이나 일주일 고생하다 죽는데 보호자가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하려고 애 쓰기 시작하면 한 달이나 많게는 1년 이상 고생하다 죽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두 번 접하였다..

 할머니와 초등학교 오래된 친구..할머니는 풍으로 쓰러지셨고 하반신 마비로 7년 정도 거동도 못하시고 고생하시다 가셨다..물론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진 않으셨다..혈압약만 드셨고 집에서 간호하였다...역시나 집 안이 어려워 모두 한 달 벌어 한 달을 겨우 먹고 살았기 때문에 할머니를 잘 간호해 드리진 못했다..정신은 뚜렷하셨기 때문에 휠체어라도 준비하여 종종 바람과 햇볕을 쐬어드렸더라면 좋았을 것을...마비되는 발을 풀기 위해 안마나 족욕을 많이 해 드렸더라면 더 편안하게 계셨을 수 있었을텐데...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있다...그러나 나는 어렸고 어른들은 너무 가난하고 바빴다..그래서 치료에 최선을 못한 후회와 죄송함은 계속 아픔으로 남아 있다...생전에 드시는 건 잘 드셨다...돌아가실 때 쯤 음식을 안 드셨다...하루 곡기를 끊으셨는데 그 날 가셨다...그래서 아무도 임종을 지키지 못하였다...그러나 가실 때 모습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시고 계셨었다..

 친구는 췌장암 말기였다..의사는 6개월 시한부에 항암치료 하면 2년 정도 더 연장할 수 있다 하였단다..다른 장기에 전이되진 않았지만 위치가 좋지 않아 수술도 할 수 없다 하였다..친구는 항암치료를 선택하였다...난 다른 방법도 많이 알아보라고 했지만...항암치료를 잘 못한 건지 6개월 항암치료 끝나고 암세포가 전이되어 2차 항암치료를 친구는 선택하였다...그리고 얼마 안 되어 치료를 포기한다는 의사의 진단과 함께 친구는 별이 되었다...치료 불가능 진단을 받고도 한 달 넘게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았다..마지막 가는 친구의 모습이 너무 비참하여 나는 볼 수가 없었다..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한 달이라도 더 살아서 좋았을까...남아 있는 사람들 욕심 때문에 가야 할 사람을 편하게 보내지 않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우리 집 강아지 다섯 마리를 하늘 나라로 보냈다...그 죽음들을 접하면서 내가 붙잡을수록 아이들의 살아있는 날은 며칠 더 늘어났으나...죽음은 똑같았다...그냥 누워서 눈만 뜨고 숨만 헐떡이고 있었으며 억지로 먹이는 음식과 물 때문에 똥오줌만 싸러 일어나는 정도였다...

 강아지들은 사람의 고통의 10배를 견딘다고 한다...그래서인지 갈 때도 사람보다 더 의연하다는 걸 느꼈다...

나의 죽음도 그렇지만 내 주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 지 강아지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로병사는 자연의 순리이다..생명만큼 죽음도 아름답게 준비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나이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난 사람들이 좀 더 의연해지길 바란다..나도 그렇길 간절히 바란다..

그럴 수 있을까 100프로 장담하진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