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로병사

2017년 아메리카 코카스파니엘 반디와 검은 말티즈 까미를 심부전으로 보내고

황비 2017. 10. 23. 01:22

 반디는 봄에 내 곁을 떠났다..아픈 친구 병문안을 위해 4월경 작은아버지께 아이들을 맡기고  2박 3일 정도 서울과 시흥 들렀다가 돌아왔는데 반디 상태가 안좋았다..숨이 좀 빨라졌다...반디도 보호소에서 데려와 내가 키운지 10년 정도 되가는지라 나이가 꽤 많았다...그리고 성대수술이 되어 있어 평소에도 숨은 좀 거칠었기에 며칠 두고 살펴보았다.. 며칠 지나니 활동량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밥도 잘 안먹고 피설사에 너무 안좋아졌다..쉬는 날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받았다..움직일 힘조차 없는지 반디는 의사선생님 검사에 그냥 몸음 맡겼다..엑스레이 찍어보시더니 심부전에..폐사진이 뚜렷하지 않다며 폐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원장 선생님이 원인을 잘 파악하지 못하겠다 하시며 다른 병원을 추천하여 주셨다...그 곳에서 2차 검사를 받아보았다...그 분은 심부전은 맞는데 폐가 접힌 거 같다 하셨다...접힌 폐 때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숨이 빨라지고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니 소화도 못시켜 밥을 잘 먹지 못하고 대변도 안좋다는 말씀...대학동물병원에서 접힌 폐를 펴는 수술을 하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말씀과 함께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거 같았는데 수술비가 몇 백은 나온다는 말씀을 듣고 다시 절망하였다..나의 형편이 백만원 정도면 감당할 수 있었지만 몇백은 감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폐만 원인이 아니라 심부전도 원인일 수 있고 엑스레이상 폐 사진이 뚜렷하지 않아 접힌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일 뿐이고 수술해서 100프로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반디 나이도 나이인지라 난 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 집에 와서 반디는 1주일 정도는 밥도 먹고 물도 먹고 조금 움직이기도 하다 그 후 1주일 정도는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고 내가 주는 물과 음식을 조금씩 받아 먹었으며 대소변만 스스로 가리더니 마지막 하루는 모든 걸 거부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너무 미안하였다..한편으론 고통스런 모습을 나에게 보이지 않고 의연하게 버티다 간 반디에게 고맙기도 하고..여러 생각이 교차했다..스스로를 위로하고 반디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반디를 묻고 담담히 일상을 다시 살았다...그러나 맘 한켠에 돈 때문에 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없어지지 않고 남아있어 마음이 무겁다...

 까미는 가을에 내 곁을 떠났다..내가 키운지 8년 정도 되었을까..부천에서 살 때 동네에 비 맞고 돌아다니던 까만 아이를 데려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근처에 벽보도 붙이고  인터넷에도 올리고 해 봤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내가 키우게 된 것이다..유독 나만 바라보고 따르는 소심한 아이였다...2년 정도 전부터 심하진 않지만 백내장이 시작되었고 이빨도 안 좋은 것으로 보아 나이가 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그러나 활동량은 좋았고 먹는 것도 잘 먹고 똥도 잘 싸고 너무 건강한 아이였다..몇 달 전부터 밤에 심상치 않은 기침을 했으나 지속적인 건 아니고 한두번 하고 멈추었기에 그냥 두고 보고 있었다...근데 하루에 한 번 하던 기침이 두 세 번으로 늘어나는 거 같아 기관지 협착증은 아닐까 생각되어 더 심해지기 전에 진료받아봐야지 하고 병원에 데리고 갔다...근데 병원 가는 차에서 까미가 너무 불안해 하였다..워낙 소심한 아이라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게 낯설었는지 계속 안아달라 만져달라 보채었다..그러더니 숨이 갑자기 빨라지고 병원에 도착해서는 혀가 파랗게 되는 청색증까지 나타났다...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 찍어보시고 폐렴기가 좀 있고 심부전이라 말씀하셨다...그리고 심부전 약을 죽을 때까지 먹여야만 한다고 하셨다...옛날에 내가 키우던 아주 나이 많은 요키가 갑자기 기침이 심해져 병원에 가 엑스레이 찍어보고 심부전으로 진단받아 약을 먹은 적이 있다..심장이 비대해져 폐를 누르고 있기에 기침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었는데  보름 정도 약 먹고 좋아진 듯 하였는데 아이가 기침이 다시 심해지면서 약을 너무나 강하게 거부하여 결국 약을 끊고 다른 의사 선생님 권유로 카디악이라는 사료만 먹이고 오히려 좋아져 나와 몇 년을 더 살았던 적이 있다..그래서 난 심부전 약에 대한 불신이 좀 강하였다..경험을 말씀드리고 약 먹이기가 불안하였지만 의사 선생님이 심부전은 약을 안 먹으면 더 안좋아진다 말씀하셔서 약을 타 가지고 왔다...돌아오는 차 안에서 까미는 거의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혀가 파랗게 되어 숨을 헐떡이는데 운전하면서 주물러 주고 만져주고 달래주고...집에 와서도 움직이질 못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약을 먹이니 좋아졌다..숨은 여전히 평소보다 빠르지만 활동하는 것은 보통하고 같았다..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싸고...그러니 약을 안 먹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두 달여를 약을 먹이며 버텼다...그너나 두 달을 넘어서며 약도 듣지 않았다...반디의 마지막하고 증세가 똑같아지면서 결국  까미도 내 곁을 떠났다...

 병원 가기 전보다 돌아올 때 상태가 더 안좋아져서 온 까미..차라리 병원에 안 데리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아이들이 나이가 많다보니 환경 변화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안고 있는 병이 악화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찾아오는 병이라 딱히 마땅한 치료도 없고 치료도 듣지 않는다...

 푸들 은비도 가끔 기침을 한다...은비도 보호소에서 데려와 내가 키운지 9년 정도이고 백내장에 치아상태도 안 좋아 나이가 상당히 많을 것임을 짐작한다.. 난 은비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기로 결심하였다...기침을 좀 한다 싶으면 내가 먹던 칡즙에 꿀을 타서 먹였다..잘 먹는다..칡즙 때문인지 지금은 기침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런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나는 나이들어 병들어 죽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한다...내 스스로도 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잠자다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내가 나이 들어 병들어도 난 자연 치유법으로 안되면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안락사 하고 싶다..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주일 이상 숨을 빠르게 쉬면서 누워만 있었던 반디와 까미를 보며 편안하게 보내주어야 하는게 반디와 까미에겐 더 좋은 게 아니었을까 많이 생각하였다..그러나 용기를 내지 못하였다...누워만 있어도 내가 가면 꼬리를 흔드는데...억지로라도 먹여가며 혹시 좋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보다 더 의연하게 있다 내 곁은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내가 너희들에게 최선을 다하였는지 모르겠지만 너흰 나에게 최선을 다하였다는 것은 확실하다...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 곳에서 여기보다 더 행복하길 빌어본다...잘 자라..반디야, 까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