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시멘트 블럭으로 만든 야외화덕

황비 2013. 2. 9. 17:39

지난 태풍에 창고가 일부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내린 시멘트 블럭으로 야외화덕을 만들어 보았다...밭에가서 고운 흙을 퍼와 물에 개어 시멘트 블럭에 그대로 발라봤다..나름 잘 붙는군..

 

불이 직접 닿는 부분이라 화력이 셀 거 같아 굴러다니던 슬레이트 조각을 덧대었다...(그러나 사용해 본 결과 굳이 덧댈 필요없이 흙을 좀 더 두껍게 바르면 별 문제 없을 거 같다...흙이 단열이 잘 되는 거 같다..)

역시 굴러 다니더 냉장고 받침으로 나무받침을 만들어 보았다..아궁이 입구도 굴러다니던 벽돌로 좁혀 보았다,,

시멘트 블럭에 비어진 구멍은 흙으로 매워 아궁이 방향으로 쌓고 마침 굴러다니던 철판대기가 있어 솥받침으로 이용해 보았다..(이 철판대기는 시멘트 블럭을 한 층 더 쌓아올리면서 보강할 때 없앴다...시멘트 블럭에 흙이 잘 붙을까가 고민이었는데 사용해 본 결과 잘 붙었고 큰 비가 두 세 차례 내렸지만 화덕은 멀쩡하다...화덕 안쪽 흙은 불을 땐 후 더 단단하게 잘 붙어 있는 거 같다...시멘트 블럭으로 대충 화덕의 모양을 잡고 흙으로 원하는 화덕의 모양을 성형해 보면 좋을 거 같다...)

 화덕 입구는 벽돌로 만들었다.. 비어 있거나 뜬 공간은 흙을 물에 약간 개어 다 메꾸어버렸다..

 

솥받침 위에 또 다른 굴러 다니던 철판대기를 대 보았다...아무래도 터진 공간이 많아 그을음이 많이 묻을 거 같아서...그리고 연기구멍을 안 만들어 슬레이트 홈을 메꾸지 않고 연기구멍으로 대신하고자 한다...과연 저기로 연기가 나올까?..ㅎㅎㅎ아직 흙이 마르지 않아서 그런가 불이 안붙네..나뭇가지들도 어제까지 내린 눈에 좀 젖어 있어서인지 좀 타다가 꺼져버린다...흠...

대여섯 시간 흙을 퍼 날라 개어 발랐는데 실패인가...불을 때서 흙을 말리려 했는데 낼 다시 시도해 보아야겠다...겉모습은 그럴싸한테 과연 불이 제대로 붙어줄런가...암튼 화덕을 만들면서 흙부대집을 나 혼자 지어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겨우 저거 개어 바르고 어깨가 뻑적지근하다...내일 꼭 불이 붙어주길 바라며 성공적인 화덕이 되어주길 빈다...근데 너무 지레짐작으로 대충 만들어서리...좀 걱정되긴 하다...과연 불이 붙을지...

다음날 흙을 더 개어 바른 후 불을 어렵게 붙였다...타기 시작하니 잘 타는구먼...ㅎㅎㅎ 

어제보다 화덕의 모양이 더 그럴듯 하다,,,ㅎㅎㅎ 

위에 철판을 깔고 강아지들 줄 닭가슴살을 삶아 보았다...공기투입구가 작아서 그런지 불이 자주 꺼지려 한다...그리고 이렇게 땔감이 많이 들지 몰랐다...박스 두 개에 마당에 있던 국화가지 한 무더기를 태우고서야 겨우 솥이 끓었다..잔가지라 그런지 금방 타서 없어져 버리니 계속 쑤셔 넣어 주어야 했다...열효율이 별로 높지 않은가 보다...에고 저 그을음은 또 뭐시당가...철판을 괜히 깔았나보다...

나중에 솥을 올려 놓는 구멍을 좀 손봐야할 거 같다...

그래도 한 솥 삶아졌다..가스불 30분 분량을 저 화덕이 해 낸 거 같다...흐흐..고생에 비해 가치가 덜 하지만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는 것도 재미 있었다...강아지들 줄 돼지등뼈 오면 여기서 푹 삶아야겠다... 

 대충 만든 화덕을 좀 보강하였다...화덕의 원리와 불에 대해서도 좀 공부하고...이론을 완벽하게 적용하지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손 좀 보았다...일단 화구는 손을 볼 수 없어서 연소로 높이를 좀 올렸다.. 연소로가 화구 크기의 2.5-3배는 되어야 효율적이라 해서... 시멘트 블럭을 한층 더 쌓아서 연소로 높이를 올렸는데 확실히 화구로 산소유입이 더 잘되는 거 같다...아주 잘 탄다...연소로가 크면 오히려 열효율이 떨어진다 하여 흙을 덧발라 연소로의 폭도 좀 줄였는데 여의치가 않아 많이 줄이지는 못했다...솥받침과 솥치마를 만들면 좋겠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좀 더 보다가 보강을 해야겠다...이전엔 재받침 위에서 불이 안 붙어 재받침 밑에서 불을 피웠는데 이젠 재받침 위에서도 불이 잘 탄다...고구마도 한 박스 사서 잘 구워먹고 있다...역시 군고구마가 맛있다...다 구워먹고 한 박스 더 살 참이다...^^

 

 

보강한 야외화덕은 아궁이로 그을음이 덜 나온다..역풍이 불 때 뻬고는 아궁이로 산소가 쑥 빨려들어가 위로 나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다만 솥단지쪽 그을음은 여전하다...건조하지 않은 종이나 나무를 때서 더 그런 거 같다..그리고 시멘트블럭을 흙으로 감싸서 그런지 열전달이 안되는 거 같다...안에선 활활 타올라 솥단지 손잡이가 녹을 정도지만 화덕은 차갑다...연소로쪽 흙도 안떨어지고 잘 붙어 있다...솥치마만 알맞게 제작하면 효율이 아주 좋은 화덕이 될 거 같다...대충 불이 타오르는  원리가 이해가 된다...

 

아래는 4개월 동안 거의 일주일에 세네 번은 사용하고 있는 위의 화덕이다..아주 화력이 좋다..불도 잘 붙고 아궁이 쪽으로는 연기가 거의 안나온다고 본다...불완전 연소시 위로 연기와 그을음이 나오는데 연기를 안 맡으려면 연통을 만들면 좋을 듯한데 난 거기까진..쩝

 

 

 

암튼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야외화덕이다...내가 만들었지만 참 잘 만들었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