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로병사

소라를 흙으로 보냅니다.

황비 2014. 5. 29. 06:22

지난주 월요일인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 고양이 강아지 밥주고 볼 일이 있어 서너시간 밖에 나갔다 왔습니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 수있게 해 두고요...소라는 백내장이라 앞이 전혀 안보입니다. 그래도 안 부딪히고 잘 다니는데 마당에 나올 줄은 아는데 마당에 나와서 집에는 들어갈 줄 몰라 나와선 울어대며 절 찾아댑니다. 그러면 제가  안고 들어오구요..그런데 제가 나간 사이 소라가 절 찾아 밖으로 나왔나봅니다. 그날 따라 유난히 햇볕이 강했는데...집에 들어오니 소라가 피오줌을 싸 놓고 마당에서 못들어오고 헥헥거리고 있었습니다. 데리고 들어와서 물 마시게 하고  안정을 취하였습니다. 그런데 사흘을 그렇게 물만 마시고 밥을 안 먹더니 피오줌을 쌌습니다. 사실 소라는 2년 전인가 병원에 갔을 째 간과 신장이 아주 안좋게 나와 저도 소라의 죽음에 대해 준비는 하고 있었던 터라 병원에 데리고 가봐야 소용없을 것이라 생각되어 최대한 안정을 취하게 하고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다행히 많이 고통스러워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소변이 맑아지고 밥도  두 끼 정도를 잘 먹고 대변도 평상시처럼 잘 쌌습니다..아...다시 고비를 잘 넘겼나보다...싶었는데 갑자기 음식을 거부하고 물만 먹습니다...물 먹으러는 왔다갔다 하는데 밥은 살코기에  입맛 돋구게 해서 들이밀어도 먹으려하지 않습니다..그렇게 한 나흘을 그랬나봅니다.. 내 발에 치일까 따로 잠자리를 마련해 두어도 내가 잘 때면 내 발 밑에 와서 자기까지 하였는데 ..그 날도 내 발치에 누어 있는 소라를 방석 위에 옮겨 놓고 나는 출근을 하였습니다.  출근했다 돌아와보니 소라는 피를 약간 토하고 죽어 있었습니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 그런가 그 모습을 보고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럭키 바비 두 아이를 보낼 때에는 많이 울었는데..이제 세번째라고 감정이 이리 무뎌질 수 있을까...소라한테 미안하기까지 합니다..나 없이 눈을 감으면서 다소 고통스러웠던 거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경직된 소라의 몸을 주물러 풀어주고 난 담담히 소라를 묻을  땅을  팠습니다..바비 옆에 소라의 무덤입니다..땅을 깊게 파고 마른 짚을 푹신히 깔고 신문에 싼 소라를 눕히고 다시 마른 짚을 두껍게 덮고 흙을 덮었습니다. 소라의 육신은 흙이 되어 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참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소라를 묻고 이틀 후 거실에 새 한마리가 포르르 날아들어왔습니다. 토랑이 짖어대는 걸 보고 나가보니 풍경그림 액자에 붙어있습니다. 잡으려니 또 아주 쉽게 잡힙니다. 다친 것도 아닌데...잿빛에 푸르스름한 털이 섞인 아주 예쁜 새였습니다..잡고 있을 때 따뜻한 새의 온기가 우리집 강아지를 만졌을 때처럼 정말 따뜻했습니다. 새를 밖에 놓아주니 포르르 산속으로 날아갔습니다..

 문득 소라가 저 새를 통해  나에게 작별 인사하러 온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라가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 하늘로  편하게 올라갔길 바랍니다. 안녕..나의 천사...